작은 마음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5/02/11 [08:39]
작은 마음
노란 달님이 동그란 얼굴로 가로등 되어 거리를 밝혀주고 있는 저녁
온통 깜깜한 밤이 그려진 거리 한쪽 귀퉁이에 있는 편의점만이 환한 불빛으로 손님들이 요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문을 열고 회사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지친 걸음으로 들어서더니
오늘 하루의 힘듦을 보상받고 싶어서인지 냉장고 앞 맥주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곧이어 남자아이 하나가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들어오더니 우유를 사려고 마음먹고 왔다는 듯
단번에 다가가 손에 쥐더니 초코과자앞에 서있는 동생 앞으로 다가옵니다
'형아. 나 이거 먹고 싶어?'
형이 아무런 말 없이 계산대 앞으로 걸어가 우유를 내밀 때 키 작은동생은 까치발을 들어 초콜릿 과자를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4,500원입니다"
형은 아무리 맞춰봐도 모자라는 잔돈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겁먹은 금붕어처럼 바라보던 동생은
초콜릿 과자가 있던 자리로 걸어가
제자리에 놓고 오는 눈동자엔 울먹거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몸져누운 할머니가 드실 우유를 들고 가는 형의 손을 잡고 땅만 바라보고 걸어가는 동생의 눈엔 아직도 못다 흘린 눈물이 매달려 있는 걸 아는 형은
"내일 학교에서 빵 나오면 형이 꼭가져다줄게"
형의 그 말에 마음이 풀렸는지 동생은 금새 눈물꽃으로 변하더니
형아.. 까만 그림자가 자꾸만 날 따라와
'그림자가 바로 옆에 있는 건 너랑 함께하고 있다는 거야"
"그럼 날 지켜주는 거네?'
형과 동생의 하루에 별이 되어주시는 할머니를 위해 우유를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형제의 마음엔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이 친구 되어 걸어가고 있을 때
좀 전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바라보던 젊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애들아.. 혹 이 근처에 지구대가 어디쯤 있니?"
저기 저 건널목 지나 골목 안에 있어요
"그리고 이건 이 형이 고마워서 주는 거니까 집에 가서 사이좋게 먹으렴..
어둠 속에서 하얀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젊은 남자가 주고 간 비닐봉지 안에는 동생이 먹고 싶어 했던 그 초콜릿 과자가 한가득 들어있었습니다
다시 피어난 설렘으로 누군가의 일상이 기적이 되게 하는 순간
그건 작은 마음이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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