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마디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기사입력 2024/12/11 [08:4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마디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12/11 [08:4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마디


66 눈물이 난다
그냥 걸어가면서도
어제와 똑같이 흘린
그눈물이 난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그러지 못한 이 세상은
왜 어렵고 힘든 이 앞에서만
그리 도도하고 강한 건지.

우리가 무릎을 끓을 때마다
만나주는 신이 있었다면

"살렵니다
살아가 보렵니다.. 라고

천만번이라도 그리하고픈
마음마저 버리고 나니
잃을 게 하나도 남아있질 않은

내가 더 잃을 거라곤
지금 흘리고 있는
이 눈물밖에 없었기에
멈춰지지 않는
그 눈물을 등불 삼아
막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살아온 길을
얼굴 깊은 주름 속에 감추고
이승에서 마지막이 될
국밥 한 그릇으로
저승에 갈 노잣밥이라도
든든히 먹고 갈 욕심에

초라한 세월에
굽어진 등만 보이는
손님 한 명이 앉아있는
국밥집 문을 열고
난 들어서고 있었다

주문을 하기도 전에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국밥 한 그릇을 내게 내민
할머니를
느낌표로 바라보고 있는 내게

이제는
내 맘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까지 꺼내어
사람들의 설움을 잘도 받아내 주던 소주잔과 함께
지친 삶에 쉼표 하나 찍어라는 듯
내 앞에 놓아두고 있었다

소주 한 모금에
국밥 몇 젓가락으로
이 세상 마지막이 될
식사를 하고있던 나는

세상 좋은 인심을
턱밑에 걸어둔
할머니의 두눈과
마주치지 못한 채

주머니에 들어있는
천 원짜리 한 장만
만지작거리다

아내의 고운 미소는
휴대전화기 사진 속으로만
남겨둔 보고픔을
눈물로 보여주면서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낸 나는

이제 이 자리를 걸어나가
다리 위에서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며

술 한병에 휘어진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서려는
그때

마.
밥값은 좀 전에
옆에 앉아있던
잠바 입은 그 아저씨가
주고 갔으니까 안주도 되겠구마.

세상 고마움
다 짊어진 얼굴로
할머니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는 나를
문 앞까지 배웅해주며

우두커니 빈 하늘을
지키고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다 저 달과 같아서
보이지 않는 어두운 아들들이
다들 있는기랴.

까뒤집어도
허기진 빈 가슴밖에 없는
헤쳐놓은 마음을 안고
두 뺨에 흐르고 있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아내면서
멀어지는 내게

숨어서 보고 있던
별 하나가
말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밥값을 받질 않았다는걸.

고마움에 뒤돌아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귀에

저 멀리서
큰 바위처럼 서 계시던
할머니의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기운 내라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데이..

라고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이동
메인사진
포토뉴스
시흥시 물왕호수에서 바라 본 슈퍼문
이전
1/5
다음
OK ! 푸른 생각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