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지려 욕심내지 않는거...
노자규의 골목이야기
K-시니어라이프 | 입력 : 2024/12/09 [08:37]
더 가지려 욕심내지 않는 거...
졸고 있던 달님이 마중 나온 꼬마 별들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섬주섬 채비하고 있을 때
옆구리에 한 움큼 신문을 든 청년이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한부 두부 담장을 넘어 보내기도 대문 우편함에 넣어두기도 하면서 뛰어가는 청년은 한눈에 봐도 다리가 많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할아버지... 제가 밀어 드릴게요"
거리엔 각자가 그려놓은 아침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고 누구 하나 타인들의 모습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사각이 주는 행복감에 젖어 휴대전화기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는 사이로 내질러진 말에 할아버지는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할아버지는 원하는 곳에 다 왔다는 듯 뒤돌아보더니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넵니다
'고생했는데 어디 가서 시원한 거라도.
"아니에요.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이러시지 않아도 돼요"
"그럼 자네를 한번 안아볼까?"
얼떨결에 허리를 굽혀 휠체어에 앉아있는 할아버지 품에 안기는 청년의 귀에 대고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희망이란 꽃은 꿈꾸는 사람의 마음속에만 피는 꽃이라네..
힘든 이들에겐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게 돈보다더 큰 용기가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청년은
사랑받는 거만큼 생에 가장 큰 선물은 없다는 듯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멀어져 갈 때
할아버지는 청년이 혼자 걷기에도 불편한 몸으로 자신까지 챙겨준 마음에 한없는 고마움을 실어보내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새벽하늘엔 배가 고파서인지 어제와 다른 홀죽해진 얼굴로 집으로 가려던 달님을 배웅이라도 하려는 듯 멀리서 청년이 뛰어오고 있습니다
어느 날과 다름이 없이 이집저집 신문들을 넣고 다니다 녹슨 대문 앞에 멈춰서 뭔가를 바라보더니
하루에도 밤이 있고 낮이 있듯 힘든일도 좋은 일도 있는 게 우리 인생이라며 지금 빨간 신호 등 앞에 서 있는 건 더 멀리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며 쓰여진 쪽지와 우유 하나를 든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햇살을,. 하늘을. 달님을. 공기를.
나누어 가졌어도 더 가지려 욕심내지 않는 당신은 이 종이 한 장에 어떤 마음을 담으시겠습니까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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