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늦가을은 낙엽이 있어서 참 좋다. 집단 착지 동작이 기다려진다. 글/박성규
★★★ 지금 카페다. 오기 전에 동네 ‘30분 산책길’ 걸었다. 낙엽이 많이 떨어졌다. 조금 전에 밴드, 출석 체크를 마쳤다. 누군가의 칭찬이 있을 것 같다. / 카페, 창밖, 가로수 아직도 매달려 있는 나뭇잎을 한참 바라보았다. 답답하다. 언제까지 버틸 것이냐? 빨리 손을 놔라! 손을 놔! 손을 놓으라니까? 어휴! 묵묵부답이다. 수수께끼 같은 연유가 있을 것이다.
★★★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하는 생각 ‘착지(着地)의 달인이다’ 곧바로 떨어지는 것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날렵한 동작을 취하다가 사뿐히 떨어진다. 숨이 막힐 듯하다. 가냘픈 가지를 박차는 것으로 시작한다. 몸을 비틀면서 여러 번 회전하다가 잠시 멈추는 듯하다가 다시 몇 회전을 추가한 후, 위로 솟구치다가 착지한다. 가급적 멀리 떨어지려고 애를 쓰는 듯하다. 바닥에 몸이 닿으면 몇 바퀴 부드럽게 구른 뒤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조용하다. 환상적인 착지 모습을 알아주는 이가 있건 없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낙엽의 착지 소질은 타고났다 할 것이다. 아무튼, 가을은 호사의 계절이다.
★★★ 챗 GPT에 물었다. <질문> 며칠 전, 입동 절기가 지났다. 길거리 가로수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나뭇잎이 적지 않다. 길 위에 떨어진 낙엽도 많다. 만약에, 낙엽이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을 보면서 위로나 충고의 말을 한다고 할 때, 적절한 내용을 개조식으로 세 가지만 제시하시오.
<대답이다>
1. "너의 아름다움을 기억해. 이 계절이 지나도 우리는 다름 아닌 자연의 일부야."
2. "가을이 끝나가도 새봄이 오면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거야."
3. "떠나는 것에도 의미가 있어. 너의 자리를 후회 없이 떠나도 돼." // 제시한 답이 근사하다. 예상했던 답도 있다.
★★★ 지난 10월과 11월 초까지 K-시니어라아프에서 주최한 제1회 전국 육아 동영상 공모전 행사에 추진운영위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랑스러운 마음이었다. 알아주는 이가 없어서 아쉬워하다가 몇몇 지인에게 자랑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부질없는 데에 힘을 쏟은 것 같다. 멋진 착지를 마친 낙엽, 숨 막히는 착지를 마치고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초연한 자세를 보이는 낙엽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 곧, 한동안 가을비가 내릴 것이다. 그리고 찬 바람이 세차게 불 것이다. 아직도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은 이때를 기다렸다가 단체 착지 동작을 보여줄 것이다. 불꽃놀이보다 훨씬 아름다울 것이다. 기다려진다. /// 가을은 낙엽이 있어 참 좋다. 가을은 납엽이 있어 호사의 계절이다. 아니, 인생 전반이 호사의 연속이리라. 나만 그런가? //
<필자 프로필> 전 김포제일고, 함현중학교장 정년퇴임, <저작권자 ⓒ K-시니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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