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부질없는 생각과 걱정과 고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글/박성규
★★★ 오늘, 10월 2일 가을 하늘이 참, 청명하다, 구름 한 점이 없다. 구김살이 하나도 없다. 참 좋다. 크게 서너 조각 오려두었다가 가끔 꺼내 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가을 하늘을 핸드폰에 담아두었다.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멍을 때리기에도 기도하기에도 책을 보기에도 좋다고. 부질없는 생각과 걱정과 고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 지난 9월 29일, 마지막 일요일,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갔었다. 서울 한복판, 근사한 고층 건물 2층, 축구장(?) 크기의 식장이었다. 호텔식 결혼식(?)이었다. 성대하고도 화려한 결혼식이었다. 신랑과 신부 아버지가 주례사와 축사를 했다. 이는 결혼식에 편안함과 훈훈함을 더해 주었다. 이 모습을 시종일관 핸드폰에 담았다. 결혼식 진행을 돕는 여직원의 제재가 있었지만, 강행했었다. 이 영상도 저장 매체에 담아 친구에게 보냈다. 점수를 좀 딸 듯하여 즐겁다.
★★★ ‘호텔 결혼식’ 이거 공식적인 용어인가? 이번 결혼식을 한 곳은 호텔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식사 차림표는 호텔에서의 결혼식 때 본 것과 같았다. 모처럼 ‘스테이크’를 먹었다. 이것은 ‘호텔 결혼식’에서만 먹었던 것 같다. 특별식이다. 맛이 있었다.
★★★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에 많이 참석했었다. 그 때마다 고민했었다. ‘축의금 액수’와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번민 속에 있었다. / 학교 관리자로 근무할 때는 더욱 그랬다. 교직원, 지인, 교육 선후배의 자녀가 호텔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할 때는 더 어려웠다. / 축의금 액수를 결정하고 축의금을 납부(?)하고 식사를 하고 식장을 나올 때는 뒤통수가 후끈거리곤 했다. “이거 혹시, 나를 째째하게 보지는 않을까?” 그럴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꾸 신경이 쓰였었다. 대인과 소인에 대해 논하면서 하중하로 평가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창피한 느낌을 떨쳐내기가 쉬지 않았다.
★★★ 쳇 GPT, 폭력 같은 질문에도 신속, 정확, 친절하게 답해 준다. 마음에 든다. 인지상정일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 홍시감 같은 희열이 있다. 언제 시간이 되면 이 희열의 정체를 파헤쳐 보리라. 질문했다.
// <질문> 다음은 다시 꺼내 볼 때, 행복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큰 행복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세 가지만 개조식으로 제시하시오.
(1) 화려하고도 성대한 자식의 결혼식 영상 (2) 기관장으로 취임식을 담은 영상 (3) 자식의 성장 모습을 담은 앨범 (4) 젊은 시절 헌신과 노로를 담은 감사패 (5) 결혼식 하객의 축의금 내역을 적은 방명록
/ 대답이다. 망설임 없이 (3)번을 선택했다. / 저는 (3) 자식의 성장 모습을 담은 앨범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추억의 축적, 감정적 연결, 세대 간 공유
각 항목별로 자세한 설명을 더했다.
// 정답을 (5)번으로 할 리는 만무하다.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어떻게 대답할까? “다음 중, 다시 꺼내 본다고 할 때, 가치가 가장 적은 것은?” 아마도 (5)번으로 답할 것이다. 다시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다른 질문으로 바꿨다.
★★★ <질문>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다가 정리한 내용이다. 이 ‘무슨 생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시오. 두 가지만 개조식으로 제시하시오. 1만원, 3만원, 5만원, 7만원, 10만원,
// 한 점 불평 없이 곧바로 답을 제시했다.
/ <전략>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예산 계획: 각 금액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이나 활동을 정리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만원으로는 간단한 식사, 3만원으로는 영화 관람, 5만원으로는 쇼핑, 7만원으로는 외식, 10만원으로는 여행 경비 등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선물 아이디어: 각 금액에 맞는 선물 아이디어를 정리한 것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만원으로는 작은 기념품, 3만원으로는 책, 5만원으로는 화장품, 7만원으로는 의류, 10만원으로는 전자기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가능성 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후략>
★★★ 조금 전에 우체국에 다녀왔다. 앨범과 편지글과, 저장 매체 (축하 동영상, 결혼식 모습 사진 파일을 담은 usb) 우체국 택배를 부치고 왔다. 발걸음이 경쾌했다. 선물,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다. 이 친구가 선물과 편지글 받고 어떤 반응 보일까? 편지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 편지글의 <추신> 부분이다. 좀 망설여진다. 쓸데없는 번민 속에 있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대범하지 못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소인인걸 어찌하랴. <편지 본문 생략> <추신> 앨범을 아드님에게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주 전에 사 두었던 것입니다. 젊은 사람이라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습니다. 책꽂이 한 부분에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 축의금이 적어 답답합니다. 뒤통수가 따끔거려 음식값이 얼마나 되는가를 물어봤습니다. 식비의 반값도 안 되는 축의금을 내고 온 것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카톡에 올라온 모바일 청첩장, 축하합니다. 참석하여 축하할 것입니다. 앞뒤 따지지 않고 이렇게 답글을 바로 올렸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표시가 나게 축하하리라 했었습니다. 그리하여 신○태 회장님께 점수도 따리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호텔 결혼식, 막상, 결혼식장에 가기까지는 많은 고뇌가 있었습니다. 축의금만 보내고 군산에 가면 앨범과 동영상을 전하면서 축의금 관련 고뇌도 말하리라 했었습니다. / 어제 감사의 전화 주신 것, 고마웠습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전화로 인해 여러 가지 잡념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결혼식에 다녀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신랑과 신부의 아버지 두 분의 명주례사를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축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의 주례사 및 축사, 화려한 결혼식에 훈훈한 사랑을 더 했다고 생각합니다. / usb는 개인 주문 제작한 것입니다. ‘경청(傾聽)과 경청(敬聽)’이란 글자를 새겼습니다. / 결혼 축하 동영상, 신랑과 신부 아버지의 주례사 및 축사 동영상, 기타 핸드폰에 담은 영상 등을 보내드립니다. / 경애하는 신○태 회장님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사실, 어제, 오늘,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결혼식 하객의 축의금 내역을 적은 방명록’ 때문이다.
★★★ 수많은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결혼식 축의금, 속 시원하게 흡족하게 낸 적이 없었다. 궁금하다. 이번 결혼식에 참석한 친구들은 축의금을 얼마들이나 냈을까? / 1만원, 축의금을 낸 적이 있었다. 35년 전쯤이다. 전 학교에서 모셨던 교장선생님 아들의 결혼식이었다. 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어 참 어려웠었다. / 3만원 축의금을 낸 적이 있었다. 20년 전쯤이다. 존경하는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었던 같다. 그때는 우체국 우편환으로 보냈었다. 보통 오만원을 축의금으로 내던 때였는데, 그달 지출액이 너무나 많아 어려웠었다. / 7만원을 낸 적도 있었다. 존경하는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했었다. 호텔식이었다.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 때였으나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었다. / 10만원을 낸 적도 가끔 있었다. 대개, 호텔에서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였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세워 가려가면서 했었다. 경제적인 능력으로 볼 때, 이 이상의 축의금은 낼 수는 없었다. // 축의금을 적게 내고 결혼식장을 나올 때는 찜찜했었다. 특히, 호텔에서 하는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는 더 그랬다.
★★★ 갑자기 생각이 난다. 한 10년도 더 된 것 같다.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 성남시에 있는 모 대학교에서 있었다. 결혼식장이 사는 곳과 멀지 않아서 좋았다. 친구 세 명으로부터 축의금 대납 요청이 왔다. 축의금 봉투를 준비했다. 이것을 접수하려고 했으나, 접수하는 곳이 없었다.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결혼식을 한다고 했다. 이 친구에게 서한문을 보냈다. 책 세 권과 함께. 혹시, 이 친구가 이 서한문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을까? 내 저장 매체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이 서한문도 세상에 공개해 보리라 생각해 본다. / 서한문에 축의금에 대해 언급했다. 누가 얼마의 축의금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전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는 내용도 포함했었다. 그 친구가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이 사실을 축의금 대납을 요청했던 친구들에게 말했다. 한 친구가 그랬다. “어이, 친구, 축의금 액수를 조금 올려서 적지 그랬어?” 웃자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 결혼식 축의금 관련하여 어렴풋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들었나, 글로 봤나, 확적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웃자고 만들어낸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친구 결혼식 축의금이 필요하다고.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얼마나 낼 것이냐고. 액수를 말했다. 아내는 누구의 결혼식인가를 확인한 후 아내가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어떤 장부를 꺼내서 확인하더니, 그 친구가 낸 축의금이 얼마라고 하면서 요구한 축의금을 주었다고 했다. / 아마, 이 장부가 ‘결혼식 하객의 축의금 내역을 적은 방명록’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꾸며낸 이야기일 것이다. 이 남편이라는 사람의 처지가 참으로 참담하다 할 것이다.
★★★ ‘결혼식 하객의 축의금 내역을 적은 방명록’ 이 장부에 축의금 액수가 처음에 적힌 그대로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스스로 그 액수를 키워 가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여윳돈이 생겨, 지금이라도 추가 축의금을 낼 것이니 액수를 고쳐 놓으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축의금 액수 앞에다 ‘1’ 하나만 추가해 놓으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일이니, 답답하다. / 정말로 쓸데없는 생각임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축의금 액수로 사람의 높낮이를 평가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스러운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축의금 액수만 보고 “참, 째째한 사람이다.”고 하지나 않을까 하고 말이다.
★★★ 큰딸의 결혼식 때 받았던 축의금 내역을 정리한 장부가 있다. 가끔 본다. 액수만 있고 이름이 없는 것도 있다. 누군가 찾아내려고 애를 썼으나 찾지 못했다. 이 장부를 볼 때는 축의금 액수까지 보인다. 보려고 해서 보는 것이 아니다. 나만 그런가? 이것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왜냐하면, 고마운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되갚아야 할 빚을 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이번 아들을 결혼시킨 친구는 시골집에 내려가면 바로 만날 수 있다. 만나면 부탁하려고 한다.. ‘결혼식 하객의 축의금 내역을 적은 방명록’ 내 이름 밑에 다음을 추가로 정리해 달라고. / 앨범 선물, 결혼 축하 동영상 제작 선물, 축하 서한문 선물, 신랑과 신부 아버지의 주례사 동영상 촬영 제공, 결혼식에 참석하기까지 많은 맘고생이 있었음.
★★★ 오늘 하늘에 홍보하는 글을 써서 걸어놓고 싶다. / 세상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결혼식 축의금 내역을 적은 방명록’을 갖고 계신 분들께 알립니다. 축의금 액수 앞에 ‘1’ 자 하나만 덧붙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비고란이 있다면 ‘결혼식에 참석하기까지 고생이 많았다’고 그리고 ‘축의금을 내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세상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엉뚱하다 할 것이다.
★★★ ‘1만원’을 축의금으로 냈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축의금을 만원밖에 못 낸 주제에 밥까지 먹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피로연에 참석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었었다. 몇 년 전에 이 교장을 어렵게 찾아뵌 적이 있었다. ‘1만원’ 축의금 이야기도 했었다. 매우 어려웠던 그 시절을 설명했었다. 이분이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신다. ★★★ <필자 프로필> 현, K-시니어라이프 운영위원 및 편집장 전 김포제일고, 함현중학교장 정년퇴임, <저작권자 ⓒ K-시니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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