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를 서두르는 붉은 태양이 아쉬운 듯 노을 속에서 실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을 때 네 다섯살로 보이는 아이가 약국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꼬마 손님이 어쩐 일이세요.. “ 라고 묻는 약사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응시하던 아이가 약사에게 내민 백 원짜리 동전 하나 “이게 뭐니... “ 다시 묻는 약사의 말에 “엄마가 많이 아파요….” 라고 대답을 한 뒤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많이 아파 네가 온 거구나 그런데 어떻게 아프니? “ 약사의 물음에 “이마에 손을 대 보면 불덩이 같고요 밤새 기침도 하고 그래요... 제가 안 자고 머리에 수건도 올려주고 주물러 드려도 낫지를 않아요.. “ “그랬구나..”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약사는 봉지에 이것저것 약들을 담아 아이에 손에 들려주면서 "이 돈은 약값으로 아저씨가 받으마.. “ 아이는 눈물로 인사를 대신한 뒤 행복 한 아름을 안고 약국 문을 나서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흙내음 가득 머문 사랑의 향기를 바람에 실어 보내는 한가로운 오후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봄을 만난 풀잎처럼 약사에게 다가간 아이는 “우리 엄마예요 어제 아저씨가 주신 약 먹고 다 나았어요 “ “그랬구나 이제 네 걱정이 줄어들겠구나.. “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이가 저도 모르게 약을 지으러 왔나 봐요 “ “아,, 네 엄마가 아프다며 아이가 걱정을 참 많이 하더라고요” “돈도 없이 무턱대고 약을 달라는 제 아들을 보고는 당황하셨을 걸 생각하니..... “라며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내밀어줍니다 “약값은 이미 받았습니다” “아이가 돈이 없었을 건데요” 약사는 아이의 엄마에게 카운터 앞에 놓인 액자를 손으로 가리키는데요 액자 안에는 꼬마 아이가 건네준 100원짜리 동전과 “효심만큼 더 좋은 약은 없다“라는 큰 글자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저작권자 ⓒ K-시니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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